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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발가 열전] 홍종욱 파스토 대표 “잘 만든 식품 잘 전달하는게 푸드테크 핵심”

홍종욱 대표 / 파스토
푸드테크 산업이 IT, BT, 로봇 등 첨단기술과 결합하면서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푸드테크 산업에 대한 조망이 요구됩니다. 이에 ‘창발가 열전’ 코너는 푸드테크 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 기업들의 노력을 살펴보고 미래 비전을 제시합니다. [편집자주]
푸드테크 산업 발전에서 '유통'은 핵심 요소로 꼽힌다. 가공식품은 물론 커피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배달되고 각종 야채나 육류 등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상품도 온라인으로 배송되는 최근의 생활 환경만 보더라도 유통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푸드테크의 핵심은 좋은 먹거리, 신선한 먹거리, 가치 있는 먹거리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인만큼 이를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물류 산업은 이러한 푸드테크의 목적과 방향을 같이 한다. 특히 상품 입출고 및 관리를 효율화 시켜주는 풀필먼트 시스템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식품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푸드테크의 한 영역을 명확히 충족한다.
국내 풀필먼트 스타트업 ‘파스토(FASSTO)’를 이끌고 있는 홍종욱 대표도 식품 유통에 대해 앞선 관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온라인 식품 유통의 경우 적정 온도 유지와 빠른 배송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종욱 대표에게 국내 온라인 식품 유통 시장 현황과 푸드테크 산업에서 유통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 신선배송, 새벽배송 등 최근 온라인 식품 유통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는가.
"사실 식품 산업은 앞으로 커질 여력이 많다. 이커머스 산업에서 상품 카테고리별로 보면 식품 카테고리의 침투율은 20%에 불과하다. 전체 식품 시장이 100%라고 하면 온라인 판매율이 20%라는 것으로, 다른 카테고리의 침투율과 비교했을 때 온라인 비율이 낮은 편이다.
20% 조차도 유통기한이 긴 가공식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바꿔 말하면 온라인 신선식품 유통의 성장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메인 물류센터에서 한꺼번에 출고돼야 했기 때문에 식품 유통이 가공식품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라스트마일(해당 서비스가 소비자와 만나는 최종 단계)도 발달됐고, 도심에 물류센터를 구축하면서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의 빠른 서비스가 가능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물류 인프라의 발전으로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서 빠르게 배송해야 하는 신선식품의 온라인 유통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침투율 숫자만 보더라도 앞으로 이 시장은 더 빠른 속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온라인 신선식품 유통 시장은 어떻게 커졌나.
"2000년 초반 SSG닷컴에서 물류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신선물류 차량 설계를 담당하는 등 식품 관련해 일을 했는데, 이 당시만해도 식품은 온라인 시장에서 배송하기 어려운 상품에 속했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영역 간의 갈등도 있었다. 기업 안에서는 온라인 매출이 늘면 오프라인 매출이 줄 것이라는 ‘카니발리제이션’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던 시기였다.
물론 전반적으로 식품 유통의 변화는 감지되는 상황이었다. 미국의 ‘프레시 다이렉트(Fresh Direct)’와 영국의 ‘오카도(OKADO, 영국 온라인 식료품 유통기업)’ 같은 온라인 식품 유통 기업들이 출연했던 시기였다.
온라인 식품 유통 산업의 규모는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점차 커졌다고 본다. 당시만 해도 별도의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가 없었기 때문에 온라인 그로서리(grocery)는 일종의 장보기였다.
장보기라고 하면 한 번에 평균 15가지 식품을 구매한다. 가령 김치찌개를 만들려고 하면 이에 필요한 김치, 두부, 고기, 고추장, 마늘 등 여러 재료를 구매한다는 것인데, 그 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구매를 안 한다. 또 내일 먹을 음식을 구매하는데 배송하는데 이틀씩 걸리니까 사람들이 이용을 잘 안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식품을 빠르게(당일) 배송 받는 인프라가 갖춰지게 되면서 이용률이 높아지고 자연히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이라고 본다."
― 온라인 신선식품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신선식품은 온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가령 냉동식품은 상온 노출이 안되도록 해야 한다. 다들 한번쯤은 편의점에서 구매한 아이스크림 표면에 성에가 낀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도 온도 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 간편식 이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채소나 육류 등 오프라인에서만 구매했던 식품들을 온라인으로 받아볼 수 있는 것도 유통하는 과정에서 온도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온라인 식품 유통의 발전이 사람들의 생활 문화를 바꾸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 같다. 온라인으로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산업이 발전하고 상품이 고객한테 사랑받기 위해서는 좋은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본다. 좋은 상품이 배송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중간 과정도 좋아야 한다. 반복되는 말이지만 온도관리가 잘되면 온라인으로 아이스크림을 배송하는 업체도 있을 것처럼 다양한 방향으로 비즈니스가 확장될 것이다.
또한 신선식품 유통 시장의 발전으로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오프라인으로만 접할 수 있는 맛집들의 음식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들은 꼭 대기업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온라인 식품 유통 인프라를 이용하고 있다."
― 파스토는 어떤 회사인가.
"2018년 창업했다. 파스토는 물류회사라기 보다는 물류 플랫폼을 만드는 개발회사다. 사업자등록증에도 주업종이 소프트웨어 개발업으로 돼 있다. 파스토의 풀필먼트는 상품입고부터 재고관리, 주문 자동수집, 포장, 출고 등 전반적인 물류 프로세스를 지원한다. 현재 400여개 쇼핑몰과의 직간접 연동을 통해 고객들에게 자동 주문수집, 배송, 송장 업로드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주문을 도착보장일까지 배송하는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이 물류센터 서비스를 안 쓰더라도 직접 재고관리 할 수 있는 솔루션 ‘파스토셀프’를 개발해 지난해부터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파스토셀프를 이용하면 주문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최저가 택배를 선택해서 보낼 수 있다. 현재 회원 수는 7만명 정도다."
― 파스토셀프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는.
"온라인 판매자가 성장해야 파스토 역시 성장할 수 있다. 소규모 및 개인 판매자들은 재고관리, 마케팅 등 다양한 부분에서 취약하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파스토가 이를 해결해주면 오로지 고객에게 좋은 물건을 파는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고, 그것이 결국 판매자의 성장으로, 파스토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 AI(인공지능) 도입에 적극적인 것 같다.
"AI를 하는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다. AI를 활용하고 있는 부분은 물류센터 효율화다. 인력 배치, 물류센터 내 동선, 상품 배치 등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결국 원가를 낮춰야 고객들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우리도 돈을 벌 수 있다.
AI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파스토셀프’를 내놓은 이유도 어떤 상품들이 어떤 형태로 포장돼 어느 지역에 판매되는지 등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데이터에 기반한 AI는 고객들에게 판매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입고 추전과 같은 유통관리 등을 제공한다. 사실 많은 판매자들이 직접 생산보다는 해외에서 수입해 판매한다. 때문에 상품에 대한 재고, 출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제때 판매를 하지 못하거나, 판매가 잘 안되는 상품을 재고로 보관해야 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결국 파스토에게 AI는 고객들이 상품을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을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인 것이다.
― 파스토의 차별점은.
"많은 온라인 판매 업체들이 있다. 그 중에는 대규모 판매업체도 있고 소량을 판매하는 업체나 개인도 있는데 사실 기존의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거래 규모가 있어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했다. 가령 거래량이 큰 고객은 물류 관리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이 거래량이 적은 고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다.
파스토는 거래량이 적은 규모의 고객들에게도 거래량이 많은 고객이 제공받을 수 있는 풀필먼트 이용 가격을 제공한다. 기존 구조처럼 거래량이 적은 고객한테 5000원 받고, 큰 고객한테 4000원 받는다면 소규모 업체나 개인은 가격 경쟁력에서부터 밀릴 수밖에 없다.
가격표도 오픈돼 있다. 일반적인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금액 확정해서 계약하고 배송을 시작하는 데까지 평균 2개월 정도가 걸린다. 반면 파스토의 경우 오늘 계약하고 내일 상품을 물류센터에 입고시키면 모레부터 출고한다. 특히 재고량, 기간별 물류비 등의 데이터를 다 보여주기 때문에 고객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 파스토의 철학이 궁금하다.
"직원들한테 파스토는 서비스 회사라고 강조한다. 고객이 예측 가능한 균질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IT에 적극 투자하는 것이다. 회사에 회의실이 3개가 있는데 가장 큰 회의실 이름이 ‘커스터머 센트릭’이다. 무엇이든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고객 입장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도 서비스를 만들 때 ‘내가 쓰고 싶고 내가 만족하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커스터머 센트릭 외에 두 개의 회의실에도 각자의 이름이 있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의 ‘데이원(Day One)’과 꿈을 가지자는 의미의 ‘드림’이다. 고객 우선, 초심, 꿈 이 세가지가 파스토의 철학을 담고 있다."
― 온라인 식품 유통과 파스토의 풀필먼트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끝으로 푸드테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푸드테크는 다양한 분야가 연결되고 융합된 새로운 산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푸드테크에서는 기술 및 인프라 고도화 등이 주로 다뤄지는데, 오랜 기간 물류에 몸담았던 관점에서 보면 핵심은 유통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좋은 식품이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되는 것이 목적이므로 전달하는 중간 인프라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푸드테크 산업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술 고도화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식품들이 신선함을 유지한 상태에서 편리하게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이 잘 갖춰져 가길 바란다."